남산 소나무 힐링숲길, 오래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
어제 남산에서 소나무 힐링숲길이라는 안내판을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고향의 소나무들이 재선충 피해로 하나둘 말라가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있던 소나무인데, 어느 순간부터 푸른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산의 소나무들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숲길 안으로 들어서니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듬성듬성 내려오고, 흙길 양옆으로 나무들이 촘촘하게 이어집니다. 안내판에는 소나무 힐링숲길의 여러 지점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었고, 140m 지점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길 자체가 길거나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눈길이 간 것은 숲 안에 자리한 소나무들이었습니다. 고향에서 보았던 상황과 비교하다 보니, 이곳 소나무들은 아직은 잘 버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습니다.
지금은 푸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재선충 같은 병해충도 걱정이고, 점점 달라지는 기후환경도 신경이 쓰입니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들도 환경 변화 앞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이 숲길을 이날은 천천히 걸어봤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평범한 숲길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고향의 소나무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미 사라져가는 나무들을 생각하니 지금 이렇게 푸른 소나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험난한 환경에서도 잘 버텨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남산을 찾았을 때도, 또 그다음에도 이 길에서 지금처럼 푸른 소나무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숲길을 빠져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