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5) - 그에게 빚진 것.

in #kr-art8 years ago (edited)

마광수 교수에 대한 기억(5): 그에게 빚진 것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1): 기억, 수업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2): 소설, 음식과 담배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3): 반복과 늙음, 산다라박의 사자 머리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4): 나에게, 마광수는

2016년 가을, 결혼을 위해 누굴 초대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데, 마교수님을 초대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초대하라고 했지만, 오랜만에 결혼이라고 새삼 연락하기가 민망하기도 했고, 정신없이 결혼 과정이 진행되다 보니 결국 뵈러 가지 못했다.

그리고 2017년 9월의 어느날, 아내와 잠들기 전 이야기를 나누는데,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마교수님 생각이 났다. 뭔가가 죄송했다. 이미 결혼은 했어도 새삼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민망해도 내일이라도 연락드려봐’ 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오후에, 나는 마교수님의 부고를 들었다.

내가 마교수님을 뵙던 때, 마교수님은 이미 세상에 흐름에 뒤쳐져 있었다. 그는 세상에 저항하고 싶어하지만, 그가 저항하던 세상은 이미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가 세상에 저항했던 것이 세상을 변하게 한 큰 이유가 되었고, 바로 그 이유로 그는 뒤쳐졌던 것이다.

나는 힘든 시절 마교수님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고, 어떤 지점인지 파악하기 힘들만큼 영향을 받았다. 보수적이던 기독교 청년은 탕아가 되었고, 탕아의 복음인 마광수를 접하였으며, 그리고 방탕한 생활을 접으며 마교수님을 떠나 보냈다. 그렇게 나는 그를 잊었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마교수님을 잊었다.


윤동주와 기형도가 유명 문인이 되고, ‘장미여관’이 인기 가수가 되고, 페티쉬와 성개방에 대한 논의가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지만, 이 흐름을 만든 마교수님은 그냥 ‘개콘’속 변태 캐릭터로만 남은 것이다.

마교수님이 26세에 쓴 박사논문 ‘윤동주 연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문학은 문학일 뿐, 그것이 문학 이상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엄청난 힘이란 문학이 혁명가나 사제의 역할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문학은 문학 나름의 힘을 어찌되었든 가지고 있다.

그 힘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요, 정신 중에서도 이성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이나 감각 또는 본능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정치나 이데올로기처럼 단기간에 효력을 나타낼 수는 없다. 문학의 효력은 서서히 나타나 인간의 의식 자체를 변모시킨다.

윤동주는 옥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로 총각귀신이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상하게도 ‘투사’보다는 ‘유약하지만 솔직한 사람’을 한 시대의 상징적 희생물로 만드는 일이 많다. 윤동주는 바로 그러한 역사의 희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일제말 암흑기, 우리 문학의 공백을 밤 하늘의 별빛처럼 찬연히 채워 주었다.

마교수님은 ‘투사’일 수 없던 ‘유약하지만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마교수님 개인은 그냥 좀 덜 외롭고,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교수님이 윤동주에 대해 이야기했듯, 그는 서서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와 우리들의 의식 자체를 변모시켰다. 그리고 나의, 우리의 어둠을 밤 하늘의 별빛처럼 찬연히 채워 주었다.

그러니 나도, 사회도 딱 그 별빛의 무게만큼의 빚이 있다.



마교수님의 젊은 시절

이제 그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면서, 내가 그에게 빚진 것들과 우리 사회가 그에게 빚진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잊지 않으려 한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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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바이러스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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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가이드독! 멍멍!

다행히 마지막 글을 7일이 되기 전에 리스팀 할 수 있었네요.
마광수 선생님에 대해 여러가지 새로운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와 리스팀까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크핑거님. 과거 마교수님 돌아가셨을 무렵 썼던 글이니 조금 시의성이 없는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너무 초반에 올려서 묻힌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보팅 상관없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이제야 발견했네요/잘 읽겠습니다.

앞 시리즈까지 꼼꼼히 읽어 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ㅎㅎ

정주행했어요... 글이 너무 잘 써져 있어서 가독성이 엄청나 단숨에 마광수 5부작을 다 읽었어요.
마광수 교수..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였지만 진솔하고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분이었네요.
이런 글이 묻히기엔 너무 아까워요..
@홍보해

가이드독님도 불러주시고 감사합니다 저스틴리님.ㅎㅎ 제 글 인용해서 써주신 CC라이선스 글도 이제야 봤네요.ㅎㅎ 이달의 소녀도 화이팅입니다!!

마교수님께서 장수로 인해 사람은 이혼을 쉽게 하게되고 결혼도 두번 세번씩 하는게 이상하지 않을거라 말씀하신게 머리에 남아있네요. 당시 사회적비판이 상당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우리 사회가 조금씩 그렇게 되어가는걸 보면 그분 혜안에 놀라게 됩니다. 변태라고만 치부돼 조롱당할 분은 절대로 아닌데 사회가 그를 담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의 은사님이셨다니! 놀랍네요.

감사합니다 종식님. 대단한 통찰이 아니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받아들이지 못헀죠... 그분의 작품에 대한 시도 역시 사실 대단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우리 사회가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갔다면, 마교수님도 '권태'와 '사라'에서 한 걸음 나아가셨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시리즈를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은사님' 이라고 하는 것도 부끄럽습니다.ㅎㅎ

WOW, now this is really creative. People always say you have to be creative to do anything like arts and I can see that in you.

일전에 연대 국문과 다른 교수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마 선생님에 대해서는 동료 교수들 간에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더군요. 논란과 센세이션의 중심에 있기도 했지만, 문학사 관점에서 마 선생님은 통념과 기준의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업으로 어떠한 의미에서든 일종의 족적 (그 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을 남겼다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마교수님의 작품은 매우 시기를 타는 작품들이라 오래 남을 마스터피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읽는 2010년대 시점에서는 솔직히 이게 뭐야, 싶었거든요. 하지만 시대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본인의 힘으로 바꾼 시대가 본인을 밀어낸 상황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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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