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18 미국 이란 협상의 결과와 전세계적 범위에서 미국의 패권약화, 이를 대신하려고 하는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지니는 한계에 대해

미국과 이란의 협상내용이 발표되었다. 사실상 미국의 완전한 패배이고 이란의 일방적 승리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발표된 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여전히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협상이 계속될 것이다. 상황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전쟁이 재개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미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전쟁수행능력이 강화되기는 어렵다. 전쟁의 문법, 즉 전쟁수행의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매특허나 마찬가지였던 대규모 원정작전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누차에 걸쳐 지적했던 것과 같이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쟁수행방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드론과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전쟁의 역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공자는 불리하고 방자는 유리하다.

전쟁의 역사에서 볼 때, 제2차 세계대전이후 작전템포가 중요했던 시기는 생존성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신속한 작전을 수행해서 조속하게 전쟁을 종결함으로써 생존성의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항공기와 전차와 같은 무기체계의 발전은 그런 군사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쟁의 문법이 완전하게 바뀌었다. 방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의 대량 피해는 어김없이 공세작전에서 비롯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몇차례의 무모한 공세작전에서 수십만명이 죽어나갔던 것이다.

이란 전쟁에서도 미국의 공세작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전쟁상황의 변화는 군사력에 기반한 미국의 패권유지 및 강화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마치 공룡처럼 변화에 둔감하다. 변화에 대한 민감성의 결여는 미국이 패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이런 군사적 변화는 국제질서가 자연스럽게 다극적 질서로 넘어가게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대국은 일정한 지역내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아시아에서 이란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등장했다. 그동안 지속되었던 시아와 순니의 갈등도 힘의 우위에 의해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 국가들은 이제 이란의 영향권아래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일단 서아시아에서 미국의 패배는 시간차이를 두고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미국은 더 이상 전세계적인 패권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니 지역의 국가들의 힘을 빌려고 할 것이다. 최근 일본이 군사력 확대와 함께 동아시아에서의 안보역할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정치질서는 여전히 제2차세계대전이후의 전후처리의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런 전후정치질서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겠다는 안간힘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본이 그렇게 시도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런 성과를 거둘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하겠다. 일본은 전후국제질서안에서 전후국제질서를 벗어나려고 한다. 새가 알을 깨지 않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한국은 냉전적 질서안에서 냉전적 체제를 벗어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새가 알껍질을 깨지 않고 알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댓가를 치뤄야 한다. 댓가를 치루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같은 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패권의 붕괴는 가장 약한 주변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앞으로 국제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가 발생할 지역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이권을 지니고 있는 프랑스는 미국의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주적인 선택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에게 가장 고분고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미국이 중남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베네주엘라를 점령한 이유이기도 하다. 쿠바에 대한 위협도 이런 국제정치적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글러벌 거버넌스 백서를 발간했다. 한국과 전세계 언론은 중국이 발표한 글로벌 거버넌스 백서가 의미하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글로버 거버넌스 백서는 미국 패권의 약화와 때맞추어 중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제시한 국제정치적 이념이자 가치이다. 미국은 그들이 주장했던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포기했고, 이런 빈틈에 중국은 글로벌 가버넌스를 통해 국제법과 다자주의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의 힘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력이다. 중국이 발표한 글로벌 거버넌스란 바로 새로운 제국적 지향을 담고 있는 설득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글로벌 가버넌스가 과연 미국이 주창했던 민주주의와 같은 내용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는 아직 유보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유엔을 가장 중요한 글로벌 가버넌스의 핵심가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란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국제질서를 상징하고 있다. 아직 중국이 미국을 완전하게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엔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새술을 헌부대에 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중국이 제시하는 설득력있는 가치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하나의 문제는 중국이 바라보는 인류역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 대한 문제이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자본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기파괴적인 경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국은 역사를 일방적 방향으로의 발전과 진보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상황은 그런 궤적에서 역사가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진정하고 본질적 문제의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 패권의 약화는 시간적 차이를 두고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