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30 전세계적 수준으로의 전장확대와 해양세력의 약화를 초래하는 항행자유의 원칙 붕괴
서아시아의 상황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양해각서에 따라 이란에게 서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넘겨 주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양해각서 체결당시 트럼프는 이란에게 사실상 무조건 항복을 했었다는 것이다. 이후에 양해각서 5조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미국이 다시 이란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사정이 좀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번 미국과 이란의 협상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걸프 지역에서 미군의 철수라고 보았다. 걸프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는 완전하게 이란의 수중에 들어간다. 미국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에 대해 반대하면서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은 걸프 지역에서 미군의 철수가 초래할 결정적인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걸프지역에서 미군의 철수는 결과적으로 서아시아의 패권 포기는 물론이고 페트로 달러 체제의 결정적인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가지 군사적 행동들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하나씩 나열해 보기로 하자.
- 미국과 사우디가 예멘 후티를 공격했다.
- 미국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했다.
- 이란이 이집트의 미국 LNG 시설을 공격했다.
- 예멘 후티가 홍해의 사우디 아라비아 상선에 대핸 해상봉쇄를 선언하고 홍해 통과 상선에 대한 통과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서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공군기는 여전히 이란의 상공을 자유롭게 진입할 수 없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 방공망 및 통신시설 파괴에 주로 사용되어야 할 스탠드 오프 미사일들이 직접 표적을 타격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하면 할수록 전세계적인 수준에서의 군사대비태세는 더욱 악화된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보다 드론능력이 더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예멘과 이라크까지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이런 전장의 확대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미국의 예멘 공격에 동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장이 확대되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 압박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전쟁의 원칙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집중의 원칙이다. 미국은 기본적인 집중의 원칙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군 지휘부의 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상반된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군사행동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게 핵무기 공격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장을 우크라이나로 제한하고 노력을 집중하기 위해서가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인 PMF는 미국에 대한 군사행동 뿐만 아니라 이라크에서의 반미분위기 조성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이라크는 수니파보다 시아파가 많고, 시아파 민명대인 PMF가 이라크 정부군보다 더 강력하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라크는 시아파의 손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미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지만, 얼마지 않아 시아파 손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번의 미국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한 것은 그런 속도를 더욱 앞당기고 미국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의 PMF 공격은 이란에 대한 압박이 될 수도 없다. 서아시아에서 미국이 군사적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지상군 주둔 규모를 대폭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소한 10만에서 20만 정도의 지상군 병력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육군은 그럴 능력이 없다. 미국의 육군사단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합쳐서 11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기갑사단 공수사단 산악사단, 그리고 유럽과 한국에 배치된 사단을 제외하면 본토방위를 포기하더라도 동원가능한 사단은 5개 사단도 채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때 동원한 사단이 10개였다. 지금 이란의 군사대비태세를 고려하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최소 30개에서 50개 사단 정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투입한다고 해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에서 보건데 지상전쟁은 단기간에 종결되기 어렵고 수년동안 계속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도 파산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아시아에서 군사적 충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가 무슨 이유로 예멘 후티를 공격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에 사우디가 예멘을 공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무리수다. 전략적 환경을 고려해 보면 사우디는 가장 불리한 국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멘은 사우디 아람코 시설을 공격했고 이어서 이란과 같이 홍해 통행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중국의 선박은 예외라고 한다. 중국은 서아시아 지정학적 충돌에서 가장 이익을 보고 있다. 홍해에서 예멘이 통행료를 걷게 되면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서방세계가 수세기에 걸쳐 구축한 자유항행 원칙이 붕괴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항행의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자본주의란 기본적으로 교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해상교역로의 비용증가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그리고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횡단수송로 및 북극항로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란과 예멘은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일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미국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경쟁과 머리싸움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아시아 상황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 튀르키예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던 튀르키예는 서아시아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숙하게 개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튀르키예는 미국과 서방의 편에 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국 전투기를 발트국가에 보내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은 그동안 별개로 진행되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서 이란 상선을 공격하면서,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로 연결되면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을 경고한 상태이다. 러시아 하나도 제대로 상대하기 어려운 우크라이나가 난데없이 카스피해를 항해중인 이란 상선에 공격을 가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란 상선이 러시아로 부터 중요한 군사장비를 운송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미국이 전장의 확대를 의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전장이 서아시아 전역 및 유럽과 서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항행자유의 원칙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핵심국가는 모두 해양에 기반을 두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해양우위의 원칙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와 패권구도에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