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야소리길 산책, 빈 시간을 초록으로 채우다

in AVLE 일상8 hours ago

image.png

최근 분당테크노파크 인근에 약속이 있어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는데요. 카페에 앉아 있기엔 아깝고, 멀리 이동하기엔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선택은 역시 주변 산책이더라고요.

그렇게 걷다가 반갑게 만난 길이 오야소리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 옆 작은 산책로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내판을 보니 약 840m 규모의 생활형 산책로로 정리되어 있었고, 야탑천 물길과 함께 이어지는 걷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image.png

오야소리길은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일대에 조성된 짧은 산책 코스입니다. 긴 시간을 내서 걷는 등산길은 아니지만, 약속 전후나 점심시간, 퇴근길에 잠깐 걷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분당테크노파크 주변은 업무시설과 아파트 단지가 함께 있어 조금 딱딱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 길에 들어서면 금세 분위기가 부드러워집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름의 뜻이었습니다. 안내판에는 오동나무의 ‘오’, 야탑동의 ‘야’, 야탑천의 물소리와 새소리,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합한 ‘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데크길을 걷는 ‘길’이 더해져 오야소리길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동네의 풍경과 소리가 담겨 있더라고요.

도심 속 산책길은 참 역설적입니다. 건물 사이에 있는데도 잠깐 들어서면 도시에서 멀어진 느낌이 듭니다. 오야소리길도 그랬습니다. 높은 아파트 아래로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데크길 옆으로 야탑천 물길이 이어졌습니다. 마치 회색 도시 안에 초록색 책갈피 하나를 끼워 넣은 듯했습니다.

사진 속 종합안내판에는 산책로 지도와 야탑동 지명 유래, 오야소리길 명칭 이야기가 함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데크길 양옆으로는 나무가 크게 가지를 뻗고, 일부 구간에는 벤치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깊은 숲은 아니었지만, 바쁜 일정 사이에 만난 짧은 초록은 충분히 반가웠습니다.

“길은 걷는 사람만큼 기억을 품는다”는 말을 오야소리길에 맞춰 바꿔본다면, 동네 산책길은 그 지역의 시간을 가장 조용히 보관하는 장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야소리길은 일부러 멀리 찾아가는 관광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당테크노파크 인근에 약속이 있거나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카페 대신 걷기를 선택하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빈 시간이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초록으로 채워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잠깐의 산책처럼 마음에 작은 여유 하나 챙기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Sort:  

Congratulations, your post has been upvoted by @nixiee with a 100 % upvote Vote may not be displayed on Steemit due to the current Steemit API issue, but there is a normal upvote record in the blockchain data, so don't w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