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in #kr-diary4 days ago

주말인데도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래는 오늘만큼은 조금 여유를 부리며 책도 읽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온 메일들 때문에 오후에 회의가 잡혔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대응 전략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후 운동까지 다녀오니 어느덧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에 했던 계산도 다시 복원해 보고, 밀려 있던 노트 정리까지 끝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다 되어 간다.

슬프게도 일요일이 지나고 다음 주가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차라리 바쁜 것이, 일이 없어 괜히 이런저런 생각만 많아지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번 주에는 예전에 읽던 《라틴어 수업》을 다시 펼쳐 보려고 책장의 먼지를 털어 꺼내 두었다. 하지만 정작 읽은 것은 가져온 논문들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공부하려고 늘 들고 다니던 논문도 아직 한 편이 남아 있다. 어느새 별생각 없이 작성한 연구 노트는 또 20장을 향해 가고 있고, 계산하며 연습장으로 사용한 이면지들도 책상 위에 뒤섞여 쌓여 있다.

조금은 정신없는 풍경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은 잠시 미뤄 두고, 해야 할 계산과 논문, 노트 정리에 하루를 보내는 것. 언젠가는 다시 여유롭게 책을 펼칠 시간이 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시간을 위해 조금 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뭐, 시간 날 때마다 읽어 두었던 책들의 감상 노트는 여기저기 정리해 둔 것이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다듬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글을 손보는 과정 자체가,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곱씹고 그때의 생각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존재와 죽음에 대한 질문, 철학적인 고민,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은 그런 생각들에 오래 머물 만큼의 여유가 없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있고, 다시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삶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씩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젠가 다시 여유가 생긴다면, 그 질문 앞에 다시 조용히 앉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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