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눈과 편집하는 눈
옷장을 색깔별로 가지런히 걸어둔 사람과, 몇 벌 안 되는 옷을 이상하게 감각적으로 늘어놓아 "저 사람 스타일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전자는 기준이 있으면 충분하다 — 빨간 셔츠는 빨간 칸에, 파란 바지는 파란 칸에. 맞았는지 틀렸는지 누가 봐도 판단할 수 있다. 후자는 다르다. 이 스카프와 이 재킷을 나란히 두었을 때 어떤 분위기가 생기는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고, 그 질문에 자기만의 답을 내놓는 능력을 우리는 안목이라 부른다.
편집샵이 파는 것도 결국 옷이 아니라 이 안목이다. 옷 하나하나는 어느 브랜드 매장에서도 살 수 있지만, 특정한 감성으로 묶어 배치해두면 사람들은 물건이 아니라 그 배치를 만든 사람의 세계관을 사러 온다. 반대로 그저 사이즈와 색깔로만 정돈해두면, 이상하게도 개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안목은 타고나는 재능일까, 훈련되는 근육일까. 힌트는 이 능력이 자기 기질을 벗어날 수 없다는 데 있다. 무엇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의 성향이 정해둔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기질을 남에게 강요하면 독재자가 되고, 기질이 아예 없어 남의 것을 베끼면 따라쟁이가 된다. 진짜 안목은 그 사이 어딘가, 자기 감각에 뿌리내리되 세상과 계속 대화하는 자리에 있다.
이 글은 제 Obsidian Living Knowledge System의 데일리 미니 아티클에서 가져온 짧은 생각입니다.
source: 26-07-27 데일리 미니 아티클.md
related note: [[안목]]
I love how you connect the dots between individual style, editorial skills, and one's innate personality, making it relatable and thought-provo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