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in #kr-movie20 hours ago

오늘도 하루종일 무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가족들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답답했다. 그래서 시원한 영화관에서 더위라도 식힐 겸, 부모님께 영화 HOPE를 예매해 드렸다.

상영 시간이 2시간 40분으로 거의 3시간에 달하는 작품이었지만, 스릴러 장르인 데다 영화관 냉방도 시원하니 무더위를 잊기에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의 시간도 딱 좋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신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아버지의 첫마디는 짧았다.

"게임 같았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감독이 의도한 방향에 가까운 평가가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A급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B급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에 가깝다. 과장된 CG와 다소 어색할 정도로 삽입되는 유머, 현실감보다는 게임을 연상시키는 연출은 일반적인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영화는 친절한 설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인물의 배경이나 사건의 의미를 대사로 풀어주기보다는, 장면과 상황만을 제시한 채 관객 스스로 퍼즐을 맞추고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영화에 몰입한 관객에게는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고 난해하다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결국 A급 영화의 익숙한 문법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작품은 희망과 절망, 인간의 욕망, 그리고 사회와 정치가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문제를 꽤 철학적으로 풀어내려 한다.

영화의 제목인 HOPE 역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이 희망은 누구를 위한 희망일까. 살아남은 인간의 희망인지,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려는 개인의 희망인지. 한편으로는 영화 속 외계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희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이 누구의 시선을 기준으로 붙여졌는지는 끝내 명확히 설명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모호함 자체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게임적인 연출과 B급 감성은 그 진지한 메시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 메시지는 무거운데 표현 방식은 가벼워 보였고, 그 결과 많은 관객들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보다 과장된 CG나 이질적인 연출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결국 전달하고자 했던 문제의식보다 표현 방식이 더 강하게 기억되는 영화가 되어버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HOPE는 재미없는 영화라기보다는, 어떤 감성과 기대를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관객들의 반응을 봐도 호평과 혹평이 뚜렷하게 나뉘는데, 이러한 호불호는 우연이 아니라 영화가 선택한 연출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처럼 보인다.

나 역시 감독이 담고자 했던 철학적·사회적 문제의식 자체는 흥미롭게 느꼈다. 다만 그 의도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조금 더 치밀한 서사와 연출로 메시지를 뒷받침했다면 훨씬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과장된 표현 방식이 작품의 진지한 문제의식을 가려버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망한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영화를 본 뒤에도 제목 HOPE의 의미와 작품이 던진 질문들을 곱씹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분명 독특한 영화였다.

Sort:  

그렇군요. 나중에 꼭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