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1 hours ago

혼자 걷다
발걸음이 휘고 있다는 걸 알고
새삼 놀란다

바른 길을 가겠다고 마음을 다져도
물굽이처럼 휘어지는 걸음걸이

바람을 비껴가는
달의 쓸쓸하고도 싸늘한 뒷모습을
먼눈으로 바라보다

끝내 열리지 않는 마음에
깍지 낀 손을 풀던
층층나무꽃의 들릴 듯 말 듯 여린 목소리

거친 땅에 흩어진
그 목소리를 하나씩 주워들고
고르지 못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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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문병란

아무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는 날
아무 일도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나는
혼자서 낮술을 마신다

꽃마저 피다가 심심해
제 흥에 취해 하르르 시드는 날
꽃 사이 몰래 숨어 잠든 바람아
너마저 이파리 한 잎 흔들 힘이 없니?

어디선가 산꿩이 길게 울고
햇살 눈부시어 사무치던 날
혼자서 사랑하다 혼자서 미치는
그리움보다 먼저 취하는 고독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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