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3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지혜가 아니요 번뇌였다 하더라도, 하여간 눈에 광채가 많은 것만은 확실하다. 반야심경을 외는 동안 불단에는 메가 지어올려지고 과일 한 접시가 올라갔다.
혜가는 저의 마음이 편치 않으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한즉 달마대사는 손을 쑥 내밀며 마음을 내어주게, 그러면 편안하게 해주리라.
절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온 상현은 풀밭에 다리를 뻗고 앉는다. 앉은 채 돌을 주워 팔매질을 한다. 또 하고 또팔매질을 하는데 얼굴은 차츰 어두워진다. 숲속에도 어둠이 묻어온다.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13장 범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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