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34.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눈이 부시게 햇볕이 쏟아지는 거리를 나섰을 때 평시와는 날리 사방은 낯이 설고 무척 복닥거리는 것 같았다.
황량한 들판에 홀로 앉은 견딜 수 없는 고독감이 마음 바닥을 쿡쿡 찌른다.
그내 발목에 간신히 걸려 있는 가느다란 줄 한 가닥이 뭔지 아시오? 그놈의 썩어빠진, 쥐뿔만도 못한 도리라는 게요.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15장 귀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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