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6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칼을 뽑지 못하고 바늘을 뽑았다는 의식이, 소인배라는 자의식이 그를 부끄럽게 했고 자신에 대한 능멸감 때문에 견딜 수 없게 한다.
신념이 상실되어가는 그러면서 해 떨어지기 전에 무거운 발길을 재촉하는 안간힘을 볼 수 있었다. 늙은 것이다. 힘이 쇠퇴해가는 것이다.
“누군지 이름 석자나 알고 말 들었음 쓰겄소이. 답대비 뒷간에 갔다기 밑 안 씻은 맴이어라우.”
-토지 2부 제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10장 사나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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