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정말 잘 간다.

in #steemyesterday

비가 오는 날도 아닌데 봄이 무겁게 내려앉은 아침이다.
분명 창밖은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인데도 어찌 된 일인지 나의 몸은 무겁다.
평소라면 일어나 운동을 나갔을 시간인데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한겨울 추위에도 씩씩하게 운동복을 챙겨 입던 나였는데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이 좋은 날들이 가시 싫은 먼 길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에 다녀와 나가야지 하다가도 다시 포근한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갈 때의 그 묘한 감정
마음 한구석에서는 '나에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자부했던 갱년기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걸까.

갱년기는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이거 같다.
인생의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느끼는 공허함 혹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신나는 일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몸과 마음의 작용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나 자신에게 보상으로 주는 휴식의 성격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무기력을 불러오는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면 신바람이나 희망만이 오는 것이 아니고 춘곤증 같은 것도 찾아오듯 마음에도 복잡한 감정이 있나 보다.
왠지 슬퍼지는 거 같은...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도 품속에서 꺼내면 빛이 나고 권한이 생기는 암행어사의 마패 같은 것이면 좋겠다.
한낱 쇳덩이로 고물장사에게서 엿을 바꿔 먹고 마는 그런 게 아닌, 품속에서 꺼내어 높이 들어 올리면
힘이 팍 들어가고 나오는 그런 마패 같은 게 있다면 무기력해저 가는 이 시대의 방랑자에게 하나씩 주어지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도 기운을 내보지는 그런 이야기인데 세월이란 것은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도 한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지만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기운 내자, 기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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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여름 오면 다시 기운 차리실 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