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벙이날이 될 거 같은 된 어버이날
어버이 계신 곳 찾아가는 길 위에서
나를 부르는 어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뿌리가 줄기를 내고 줄기가 꽃을 피우듯
어버이의 자식이 다시 어버이가 되던 시절
그 당연하던 흐름이 이제는 낯설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니 태어나지 않음이 상책이라며
누군가 독백처럼 뱉어낸 차가운 위악이
젊은 가슴마다 마른 불길로 번져간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너스레는
"하나면 족하다"는 다짐으로 쪼그라들더니
이제는 "우리끼리만"이라는 담장 아래서
하나의 씨앗조차 번뇌의 쇠사슬이라 손사래 친다
스스로 해탈의 고매함을 자처하며
질기게 이어온 인연의 끈을 가위질하는 세상
고통을 끊어내려 생명을 지운 자리에는
텅 빈 적막만이 승리처럼 고여 있다
세월이 조금 더 무심하게 흐르고 나면
카네이션 한 송이 둘 곳 몰라 서성이는
어버이날은 어느덧 ‘어벙이날’이 되겠지
뿌리 잃은 나무들이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는
그런 시린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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